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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일본 홋카이도 겨울 여행 — 눈 그 자체가 풍경이 되는 순간

by 여행 2025.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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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홋카이도 겨울 여행 — 눈 그 자체가 풍경이 되는 순간

일본 홋카이도 겨울 여행 — 눈 그 자체가 풍경이 되는 순간

홋카이도는 ‘겨울’을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겨울 그 자체가 여행이 되는 곳이다.
눈은 이 도시의 장식이 아니라 ‘주인공’이다.
하얀 세상이 도시를 덮는 순간, 모든 풍경은 잠잠해지고
모든 소리는 부드러워지며
인간의 속도마저 느려진다.

홋카이도는 여행자에게 이런 메시지를 건네는 곳이다.
“빨리 가지 않아도 괜찮아.
눈이 내리는 동안, 이 순간을 충분히 느껴.”

이번 여행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겨울의 질감’을 온전히 느끼는 시간이었다.


1. 겨울의 홋카이도에 도착하다 — 첫 공기부터 다르다

신치토세 공항에 착륙하는 순간 창밖은 이미 하얗게 물들어 있었다.
비행기 문이 열리고 공항 밖으로 나오는 순간,
얼굴을 스치는 차가운 공기는 다른 도시의 추위와 다르다.
단순히 차갑지 않고, 투명하며, 깨끗하다.

공기 속에서 느껴지는 ‘겨울의 향기’는
홋카이도만의 정체성이다.
이 차가움은 불편함이 아니라
겨울이 선물처럼 건네는 첫 인사 같다.

버스를 타고 삿포로 시내로 이동하는 길,
창밖은 온통 흰 풍경이었다.
눈이 도로 위를 덮어 고요함을 만들고,
전봇대에는 눈송이가 살포시 쌓여 있었다.
겨울이라는 계절이 도시 전체를 하나의 풍경화로 만들어버린다.


2. 삿포로 — 눈 위에서 숨 쉬는 도시

삿포로에 도착하자마자 느껴지는 건
강한 겨울 바람이 아니라 도시의 생명력이었다.

홋카이도의 겨울은 혹독하지만
사람들은 그 안에서 자신만의 리듬으로 생활한다.

오도리 공원 — 하얀 도시의 중심

삿포로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오도리 공원은
겨울이 되면 하나의 거대한 눈 정원이 된다.

특히 2월에는 유명한 ‘삿포로 눈 축제’가 열리는데,
세계 각국의 팀들이 만든 눈 조각과 얼음 조각들이
공원 전체를 예술 갤러리처럼 바꾸어놓는다.

햇빛을 머금은 얼음 조각은 유리처럼 투명하고,
해가 지면 조명이 더해져 도시의 밤을 밝힌다.
사람들은 따뜻한 핫초코를 들고
눈 사이를 걷는 그 순간을 즐긴다.

삿포로 TV 타워 전망대

눈으로 가득 찬 도시를 내려다보면
도시 전체가 규칙적인 패턴으로 깔린 흰 담요 같다.
여행자는 한동안 그 풍경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3. 오타루 — 겨울이 가장 빛나는 시간

홋카이도 여행에서 가장 감성적인 장소는 단연 오타루이다.
삿포로에서 열차로 약 40분.
창밖으로는 바다가 보이고, 눈은 쉼 없이 내린다.

오타루 운하 — 겨울이 만든 최고의 그림

운하 양쪽에 놓인 가스등이 주황빛으로 깜빡이고,
그 아래 눈이 쌓여 은은하게 반사된다.
바람이 불면 운하의 물결이 흔들리고
그 빛이 겨울의 공기 속에서 반짝인다.

운하를 걷는 동안
마치 19세기의 겨울 속을 걷는 듯한
느리고 고요한 감성이 스며든다.

유리공방과 오르골당

오타루는 유리공예와 오르골로도 유명하다.
유리공방 안은 따뜻하고,
밖의 눈풍경과 대비되어 더욱 포근한 느낌을 준다.

오르골당을 돌다 보면
작은 음악들이 겨울 공기 속에 퍼지고
겨울이 들려주는 음악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4. 비에이 & 후라노 — 눈이 만든 ‘순백의 언덕’

비에이와 후라노는 홋카이도 겨울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이 지역에서 눈은 ‘배경’이 아니라 ‘작품’이다.

화이트 로드 — 끝없이 이어지는 순백의 길

도로 양옆은 온통 눈밭.
하늘과 땅의 경계가 흐려질 정도로 모든 것이 하얗다.

바람이 불면 눈가루가 공중에서 춤추고
햇빛이 비추면 눈밭 전체가 은색으로 반짝인다.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순간이 이어진다.

청의 연못(블루폰드)

겨울의 블루폰드는 특히 신비롭다.
고요한 얼음과 파란빛이 겹쳐져
마치 다른 차원의 공간 같았다.
눈 내리는 날에는 더 고요한 분위기가 감돈다.


5. 온천 — 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완벽한 순간

홋카이도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건
**온천(온센)**이다.

노보리베츠, 조잔케이, 소운쿄는
홋카이도 온천의 대표 지역이다.

따뜻한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눈이 내리는 하늘을 올려다보는 순간.
그것만으로도 여행이 완성된다.

  • 얼굴은 차갑고
  • 몸은 뜨겁고
  • 주변은 조용하고
  • 눈은 천천히 떨어지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각의 조화가 있다.


6. 홋카이도 겨울 음식 — 추위 속에서 빛나는 맛

홋카이도는 겨울이 가장 맛있는 계절이다.

게요리(카니) — 겨울의 절대적 주인공

털게, 킹크랩, 대게…
눈이 오는 날, 뜨거운 게 요리는
홋카이도의 겨울 자체다.

스프카레

따뜻하고 향신료가 깊은 스프카레는
춥고 건조한 날씨에 딱 맞는 음식이다.

징기스칸 구이

양고기 특유의 풍미가 부드럽게 조리되어
눈 오는 날 먹으면 더 깊은 만족감을 준다.

라멘

삿포로 미소라멘, 아사히카와 쇼유라멘, 하코다테 시오라멘까지
지역마다 맛이 달라 여행 내내 즐겁다.


7. 삿포로의 밤 — 눈과 빛이 만들어낸 조용한 낭만

눈 내리는 삿포로의 밤거리는
낮보다 더 고요하고 따뜻하다.

스스키노의 네온사인이 눈에 반사되고,
길을 걷는 사람들의 발자국이 소복이 쌓여 있다.
카페와 이자카야에서 새어나오는 따뜻한 조명이
겨울의 추위를 녹인다.

고요한데 쓸쓸하지 않고,
차가운데 따뜻하다.
이 이중적인 감정이 홋카이도 겨울의 매력이다.


8. 여행의 끝 — 겨울이 나에게 준 메시지

홋카이도의 겨울 여행은
‘풍경을 보러 간 여행’이 아니라
‘감정을 느끼러 간 여행’이었다.

눈은 많은 가르침을 준다.

  • 천천히 살아도 괜찮다는 것
  • 고요함도 아름답다는 것
  • 늦어도, 멈춰 있어도, 충분하다는 것
  • 마음의 속도를 자연에 맡겨보라는 것

비에이의 백색 언덕, 오타루의 눈 내리는 운하,
삿포로의 따뜻한 밤거리를 떠올리면
이 도시가 왜 많은 사람에게 ‘평온의 여행지’인지 알게 된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나는 마음속에 이렇게 적었다.

“겨울에도, 삶에도,
하얗게 비워둘 공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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